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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 VOGUE KOREA "Jun Takaha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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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라는 이름처럼 비밀스런 그의 이야기



록 스타처럼 가는 곳마다 컬트 팬들이 환호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 직접 대화를 나눠도 그는 여전히 모호하다.

‘언더커버’라는 이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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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10분 전이에요. 이제 꼭 해야 할 질문 몇 개만 고르는 게 좋겠군요.” 영화에서 본 듯한 빨강 머리의 영국인 세일즈 매니저가 유감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점잖게 말했다. 나는 거의 1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로부터 충분한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질문 하나에서 들을 거라 기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최소 다섯 개의 질문을 연달아 던져야 했다(그래서요? 왜죠? 어떻게 생각해요? 등등). 까다로운 가림막 뒤편의 표적을 맞히기 위해 몸을 요리조리틀고 비비 꼬며 힘겹게 화살을 던지는 기분. 그러나 여전히 표적은 완벽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1시간 반 전, 그는 단 처리를 하지 않아 실이 나풀대는 큼지막한 회색 울 수트에 ‘언더커버×나이키랩 코트 포스’를 신고,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어슬렁거리며 한남동 스튜디오 콘크리트로 들어섰다. 이곳은 멀티숍 에크루가 언더커버 25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티그래픽스> 전시가 3일 동안 열린 공간이다. 11월의 어느 주말 동안 진행된 전시를 위해 준 다카하시(Jun Takahashi)는 오프닝 첫날 서울을 방문했다(저녁 파티를 위해 일본 배우 마쓰다 류헤이와 DJ Nobu를 대동했다). “작년에 도쿄에서 같은 전시를 열었고 마침 서울에도 매장이 있어서요. 티셔츠에 그래픽을 입히며 시작한 브랜드 히스토리를 알리고자 전시를 열게 됐습니다.” 실제로 본 그는 영원히 늙지 않는 록 스타보다, 추측하건대 레이 가와쿠보나 요지 야마모토가 지닐 만한 ‘아우라’의 시기에 도달한 듯 보였다(다카하시와 함께 밤새 술을 마신 사람들은 ‘귀엽다’고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사진가가 능숙하게 뽑아낸 흑백 포트레이트 앞에 선 그의 표정을 보니 꽤 마음에 든 눈치. 그러나 자신의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거슬리는지 머쓱하게 웃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사진을 찍으니 나이 든 게 드러나는군.”

1994년 첫 언더커버 런웨이 쇼에서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2002년 파리에서 쇼를 열도록 격려해준 인물이 레이 가와쿠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카하시를 제외하고 해외에서 인정받는 일본 디자이너 대부분은 꼼데가르쏭의 든든한 지붕을 거쳤다. “가와쿠보 여사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요?” “아니, 전혀요!” 상상조차 하기 싫다는 듯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넌더리를 친 덕에 즉각적이고 솔직한 반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요. 누구 밑에서 일한다는 건 역시 무리예요.” 그는 영원히 독립 디자이너로 남을 것이다.



CREDIT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JANG DUK HWA, YOSUKE DEMUKAI, COURTESY OF UNDER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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